희곡을 읽었다. 독특한 제목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두 가지의 특성 만으로도 낯설지만 묘하게 끌리는 책이었다. 이 책은 1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은 편이다. 간결하고 치밀한 문장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책을 읽으며 ‘어떤 책일까?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책의 중반을 지날 때에도 풀리지 않았다. 책의 후반부를 읽고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이 작품은 일종의 머리말입니다. 여러분이 아직 들어 본 적 없는 것은 여기서도 듣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직 본 적 없는 것은 여기서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곳 극장에 오면 늘 보았던 것을 여기서는 전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곳 극장에 오면 늘 들었던 것을 여기서는 전혀..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낯익은 얼굴들이다. 내가 모르는 낯익은 사람들이 너무 많구나. _만나고 싶은, 김광규 시인
체코에서의 마지막 여행날이 밝았다. '오늘은 프라하성을 반드시 가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오늘따라 걷고 싶기도 했지만, 하필 길까지 잘못 들어서 어찌나 많이 걸었는지. 예정보다도 늦게 프라하성에 도착해서 전망대만 간신히 올라갈 수 있었다. 블타바 강을 따라 걷고 또 걸은 오늘의 발걸음은. *오늘의 발걸음 : 드보르작 박물관 - 비셰흐라드 - 칸티나(스테이크 맛집) - 프라하성(성 비투스 대성당) - 까를교, 구시가지 광장 야경* 드보르작 박물관은 숙소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건물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드보르작 박물관은 2층 구조이지만, 대부분의 전시는 1층에 구성되어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1층에는 드보르작의 연대기 및 악기, 원고, 악보 등이 전시되어..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줄도 또한 알았도다 _전도서 3장 11-13절
책을 읽는 도중 드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중간 독후감을 썼던 책이다. 두껍지 않고 술술 읽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완독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책의 서론에서는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죽음이란 무엇인지,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각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참여하는 책모임에서 서머싯 몸의 면도날 다음 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 함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책을 선정한 내 스스로도 드는 아쉬움은 이 책이 '용두사미'라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무거운듯 가볍게 그렇지만 진중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지난한 죽음의 과정과 실질적인 조언들로 이어지면서, 내용의 반..
너는 아직도 네가 평범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서 너는 왜 네 영혼 속에 있는 최상의 가치를 죽여 없애려는 거냐? 그렇게 한다면, 네가 겁내는 일이 이루어지고 말 것이다. _반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인간들의 이타적 행동이 거의 대부분 센티멘털리즘의 소산이라는 걸 그 불쌍한 비둘기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_센티멘털 이타주의 중에서 _만든 눈물 참은 눈물, 이승우 지음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 나는 믿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난 은호 너에게 한 권의 책같은 사람이 되라고 그 말을 남기고 싶구나. 책이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한 사람의 마음에 다정한 자국 정도는 남길 수 있지 않겠니. 네가 힘들 때 책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었듯이 내가 은호 너란 책을 만나 생의 막바지에 가장 따뜻한 위로를 받았듯이. 그러니 은호야,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이 되는 인생을 살아라. 네 안에 있는 한 줄의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살아.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꾸거나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해도, 좋은 책은 언젠가 꼭 누구에게나 읽히는 법이니까.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따뜻해지는거 아니겠니. 세상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꿋꿋이 나를 지켜준 은호, 너에게도 그런 ..
여행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와 달리 하루의 모든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니 마음이 사뭇 비장해졌나보다. 그래도 일단은 아침을 먹어야지. 어제 마트에서 사온 샐러드 야채와 발사믹 소스, 삼겹살(얇음)로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오늘 어디를 갈 지 이야기를 나눴다. 어젯밤 남편이 인터넷으로 찾아본 곳과 가고 싶었던 박물관을 가기로 결정하고 후다닥 식사와 나갈 채비를 끝냈다. *오늘의 발걸음 : 환전 -> 무하 박물관 -> 천문 시계 -> 카프카 박물관 -> 보야노비 사디 -> 레트나 공원 -> 장보기 -> 휴식 -> 비세흐라드* 우선 환전을 했다. 체코 화폐는 현지에서 환전이 가능해서, 출국 시에는 유로 환전만 했다. 그래서 체코 시..
올해 여행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우리가 에어비앤비를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호텔에 비해 숙박비가 저렴하다는 것과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기에 식비도 줄일 수 있다. 사실 우리 둘다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음식에는 사실 크게 관심이 많지 않다. 식탐이 없거나 소식을 하는 사람들은 아닌데, 여행을 가서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이나 식당을 가고 싶은 욕구가 별로 없다. 오히려 현지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 것을 좋아한다.(두번째 이유) 그렇기에 호텔보다는 주방과 조리도구가 마련되어 있는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는 것이다. 세번째로 후기와 숙소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보다 보면 좋은 가격, 좋은 조건으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긴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 시에 창구 담당자분이 무슨 말을 하며 계속 미소를 띄고 있길래 사실 긴장했다. 옆 창구와 비교해서 오래 걸리는 시간을 보아하니,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내가 선 줄의 담당자는 옆 창구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나에게 아무 질문이 없었다.) 게다가 입국 도장은 뜬금없이 맨 뒷장에 찍다니! 업무 속도에 조금은 애가 타긴 했지만 별 탈 없이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았다. 공항에서 숙소로(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먼저 교통권을 구입했다. 공항 내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기계가 마련되어 있다. 현금과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고 이용 시간별로 구입할 수 있는데, 우리는 넉넉하게 90분..
여행의 첫 시작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였다. 대구에서 인천으로 가는 데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버스 안에서 혹여나 9시까지 도착하지 못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미리 구입한 파리 뮤지엄패스를 인천공항 내 서점에서 9시까지 수령해야 했기 때문이다. (환불 불가라, 미수령 시에는 파리에 가서 새로 사야했다;;) 다행히 버스는 8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뮤지엄패스 수령, 식사를 하고 체크인을 시작했다. 카타르항공은 온라인으로 셀프체크인이 가능하지만, 마음이 분주했던 탓에 미리 체크인하지 못한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체크인 후 수하물을 맡겼다. 카타르 항공의 장점 중 하나는 수하물 무게 제한이 30kg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짐은 14kg, 귀국 시 20kg가 되지 않아서 큰 상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