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와 달리 하루의 모든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니 마음이 사뭇 비장해졌나보다.
그래도 일단은 아침을 먹어야지.
어제 마트에서 사온 샐러드 야채와 발사믹 소스, 삼겹살(얇음)로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오늘 어디를 갈 지 이야기를 나눴다.
어젯밤 남편이 인터넷으로 찾아본 곳과 가고 싶었던 박물관을 가기로 결정하고 후다닥 식사와 나갈 채비를 끝냈다.
*오늘의 발걸음 : 환전 -> 무하 박물관 -> 천문 시계 -> 카프카 박물관 -> 보야노비 사디 -> 레트나 공원 -> 장보기 -> 휴식 -> 비세흐라드*
우선 환전을 했다.
체코 화폐는 현지에서 환전이 가능해서, 출국 시에는 유로 환전만 했다.
그래서 체코 시내에서 유로->코루나 환전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시내로 가기 위해 교통권을 사려는데 카드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약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다행히 공항 와이파이를 찾아서, 카드를 해외결제 가능으로 변경해 교통권을 구입했다.
문제는 내가 교통권을 사는 동안 남편은 카드결제가 안 되는 줄 알고 ATM기를 찾아 환전을 했다는 것이다!!
공항 ATM마다 수수료가 다른데, 하필 수수료 비싼 기계가 왜 우리 가까이 있었을까.
500코루나 환전을 하는데, 4만원이 카드에서 빠져 나갔다니!!
한화 25,000원의 돈을 환전하는데 수수료가 15,000원이었던 것이다.
환전 실수로 급격히 우울해진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었지..
어제의 실수는 뒤로 하고, 오늘은 미리 알아온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
우리가 갔던 환전소와 몇 걸음 옆에 있는 환전소가 0% commission 적용, 가장 믿을 만한 곳이라고 한다.
그냥 딱 봐도, 이 두 곳은 사람들이 줄을 쭈욱 서있다.
(위치에 대한 정보는 링크로 공유합니다. https://goo.gl/maps/hNrUSfFB9HdxwSzv9 )
환전도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여행을 떠난다.
'무하 박물관'으로 간다.
무하 박물관의 입장료는 1인당 300코루나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할인된 가격(50%)으로 카프카 박물관(1인당 260코루나_할인 전 가격)의 입장료를 살 수 있다.
물론 카프카 박물관에서는 무하 박물관의 입장료를 반값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두 곳을 다 방문할 예정이라면 표를 함께 구입하는 것도 소소한 절약의 팁이다.
박물관 내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다.
하지만 카메라 셔터음 없이 플래시 없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관리하시는 분도 크게 제지하지는 않고 있었다.
무하의 일생에 대한 사진과 설명, 시대별 그의 작품들, 그의 작업실 한 켠, 실제 모델들의 사진, 연습용 스케치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몇 가지 느꼈던 것을 정리하자면.
- 무하의 그림은 뭐랄까, 섬세하고 여성적이었다. 그림 자체도, 색감도 부드러운 느낌을 많이 준다.
- 참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키워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하의 일생에 대한 설명에서 어디에서 무엇을 공부했다는 'study'라는 단어가 꽤 많이 나온다. 계속해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스케치한 그림들을 보면서, 하루 아침에 그림을 잘 그리고 자신만의 화풍을 갖게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엉성해보이고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던 스케치들에서 자신만의 그림으로 발전해 가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싶다.
- 여러 작품들 중에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4'와 관련되어 있다. 4가지 꽃-백합, 장미, 두 개는 기억이 안나다../ 1년 사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 하루의 4가지 시간대-오전, 정오, 저녁, 밤/ 4개의 예술-시, 음악, 춤, 그림을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림 속 여성의 모습을 통해 계절의 느낌이,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모습과 감정이, 예술의 특색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신기했고 계속 바라보게 되는 그림들이었다.
박물관을 나와 오늘은 체코의 빵, 일명 굴뚝방이라 불리는 '뜨르들로'를 사먹으러 갔다.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면서 엄청난 인파에 놀라 시계를 보니 11시45분쯤이었다.
남편 말에 의하면 12시가 되면 '천문시계' 위의 작은 두 창문으로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 인형(?)이 지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어차피 지나가는 길인데 우리도 인파 속으로 들어가 12시 종을 기다리며, 아주 작은 틈으로 제자들을 봤다.
일종의 이 작은 퍼포먼스가 끝나니 사람들이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쳐서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 참 유쾌한 사람들이어라!
그렇게 우리도 몇 장의 셀카를 남기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갔다.
드디어 도착했다. 까를교 가는 길에 있는 'Good Food Coffee & Bakery'라는 곳이다.
여러 종류의 '뜨르들로'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기본으로 두개 주문했다.
빵 안 쪽에 초코를 바른 것. 탁월한 선택이었다.
새로 빵을 만든다고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방금 만든 빵의 따뜻함과 초코가 더해져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내일 또 먹어야지 다짐하게 만드는 그런 맛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빵에 생크림, 아이스크림, 과일 등 많은 재료를 넣어 화려한 비쥬얼을 자랑하는 굴뚝빵이 많지만, 빵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본이 가장 맛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아이스크림이나 휘핑크림은 빵을 눅눅하게 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빵을 먹으면서 까를교를 향해 갔고, 입구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까를교'는 오늘도 사람이 참 많았다.
이런저런 풍경들. 그림 그리는 사람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억을 남기고 있는 사람들. 이들 덕에 이 길이 활기찬거 아닐까.
무엇보다 하늘. 구름 조각이 둥둥 떠다니며 진짜 하늘색의 하늘과 몇몇 건물, 배들이 조화로워서 보기가 참 좋았다.
사진으로 잘 담아내고 싶었지만, 나의 기술과 사진기의 기술이 부족한 탓인지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을 다 담기엔 역시나 부족했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렇게 카프카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까를교를 건너면 이제 프라하성과 말라스트라나 지구다.
지도를 잘못 봐서 존레논벽을 다시 보고(바뀌어 있는 낙서를 봐서 의미 있었음),
물 한 모금 못먹었던 탓에 커피_그것도 아이스로!!_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갔다.
잠시 앉아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커피를 마셨다.
좋은 풍경과, 좋은 음악, 그리고 가장 좋은 사람과 함께 쉬는 시간은 자리세를 내라는 낯선 아저씨의 인기척에 끝마치고
우리의 진짜 목적지 '카프카 박물관'을 향해 갔다.
카프카 박물관은 실내가 참으로 어두웠다. 정말 어두웠다.
그의 삶도 어두운 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유대인 계열로 태어나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했고, 글을 쓰지만 당시에 작품이 큰 호평을 받거나 활발히 활동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자신의 작품을 드러내길 꺼려했다고는 한다.) 그리고 40대 이른 나이에 병사했으니 말이다.
나는 카프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갔지만, 그 곳에서 내게 영감을 준 그의 삶의 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프카는 평생 작가로만 살지 않았다.
그는 법률 관련 회사를 다니면서, 오후 2시 퇴근 후에는 글을 썼다.
단순히 생계만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카프카는 일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고, 일과 글쓰기를 함께 병행함이 자신에게 좋다고 하였다.
보통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거기에 올인하거나 혹시 일을 해도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라고 규정해버릴텐데.
그렇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 사이를 잘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달까.
내게는 참 멋지게 다가왔고, 앞으로의 진로에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의리로라도 한국에 가면 꼭 그의 작품을 읽으리 생각했다.(다행히 짧은 소설이지만 '변신'을 읽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흑백의 영상도 재생 중이었는데, 그것은 카프카가 프라하에 살며 걸었던 길을 당시의 풍경과 한 남성의 모습으로 담아 놓은 영상이었다.
새삼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그가 걸었던 거리를 나도 오늘 걸었다는 사실이.
영상 속 시대의 모습들이 지금과 조금은 변했지만, 대부분은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어서 더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레트나 공원을 가던 중 쉴만한 좋은 곳을 발견했다.
'보야노비 사디' 여기서 쉬길 잘했다. 레트나 공원도 쉴 수 있지만 우리는 계속 걸어서 조금은 트래킹의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이 곳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녀석들이다.
공작이 참새처럼 공원을 누비고 다닌다.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마리가 공원 내에 있다.
처음 봤을 때는 어찌나 신기한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고,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화롭게 잘 어울려 지내고 있었다.
공원에는 동네에서 산책나온 엄마와 아이들, 책읽는 사람들, 이야기 나누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우리도 벤치에 앉아 여유를 누렸다.
이제는 일어나, 걷고 걸어 '레트나 공원' 산책을 했다.
지대가 높다보니 블타바 강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강 가를 따라 시내로 다시 내려 갔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나세마소'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했다.
살짝 구워져 나온 고기 패티를 먹으려면 'dry aged'으로 주문해야 한다.
고기가 패티의 2/3를 차지하는 두툼함으로 만족스럽게 먹고, 이제는 정말 마트로 간다.
오늘은 테스코가 아닌, 구시가지 광장 근처에 있는 'Billa'에 갔다.
여행 경로 안에 있는 마트여서 가게 되었는데 테스코보다 더 좋아서 이후로는 계속 이 곳으로 갔다.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 각 가게마다 조금씩 더 싼 항목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인 계산대가 더 잘 작동되었다
아, 비록 인종차별을 한 번 당했다. 소시지 담당 코너의 아주머니에게.
눈이 마주쳤고 우리가 주문을 위해 불렀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의도적으로 오지 않더라.
황당했지만, 그럼 안 먹고 말지하고 그냥 뒤돌아서서 다른 걸 사먹었다.
저녁거리와 기념품으로 가져갈 초콜렛 몇 개를 사고 숙소로 들어갔다.
쉼을 누리고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또 누워 있다가,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야 슬슬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야경을 보러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곳에 가고 싶어 '비셰흐라드'를 가기로 했다.
지도 상으로는 숙소에서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복잡하고 험난해서 조금 헤맸다.
그리고 골목길도 자주 지나다 보니 사람이 너무 없어서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40-50분 정도를 걷고 방황하며, 도착지를 눈 앞에 두니 급격한 오르막의 시작 ㄷ ㄷ
쉬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며 드디어 도착!
인적이 드문 곳을 원했지만, 사람이 참 없었다.
노란 불빛 가득한 길에 우리 뿐인 느낌도 들었다.
'아니야, 분명 어딘가 반짝반짝 야경이 잘 보이는 곳이 있을거야. 사람들도 거기에 가 있을거야.' 생각하며 이 곳 저곳을 돌아보았지만
우리가 무지한 것인지 온통 어두운 풍경만 마주할 뿐이었다.
비셰흐라드는 낮에 보니, 참 예쁜 곳인데. (다음날 또 감)
산책로 내려다 볼 수 있는 풍경 속에는 비교적 새로 만들어진 건물들과 주거 지역으로 아주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주거지역이다 보니 밤에 조명이 비추는 곳이 아니다.
빛이 없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다.
대신 비셰흐라드 안은 은은한 불빛의 밤길을 만날 수 있다.
성 베드로와 바울로 성당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쉬움 마음도 있지만, 밤 산책 한 번 제대로 했기에 기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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