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의 마지막 여행날이 밝았다.
'오늘은 프라하성을 반드시 가리라.'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오늘따라 걷고 싶기도 했지만,
하필 길까지 잘못 들어서 어찌나 많이 걸었는지.
예정보다도 늦게 프라하성에 도착해서 전망대만 간신히 올라갈 수 있었다.
블타바 강을 따라 걷고 또 걸은 오늘의 발걸음은.
*오늘의 발걸음 : 드보르작 박물관 - 비셰흐라드 - 칸티나(스테이크 맛집) - 프라하성(성 비투스 대성당) - 까를교, 구시가지 광장 야경*
드보르작 박물관은 숙소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건물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드보르작 박물관은 2층 구조이지만, 대부분의 전시는 1층에 구성되어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1층에는 드보르작의 연대기 및 악기, 원고,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만난 친절한 관리인 할머니와 무료로 제공되는 한국어 설명서를 통해 꼼꼼히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입장료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렴했고 사람이 거의 없었다.
2층에는 작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드보르작의 대표곡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가 마련되어 있다.
따뜻한 햇살과 고요함 덕에 한동안 앉아서 그의 음악을 들었다.
나는 사실 드보르작이 누구인지 모른 상태에서 남편을 따라 간 것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기에 흔쾌히 가기로 했었고.
작곡가는 그의 음악으로 말하는지, 음악을 듣다보니 어디선가 들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와 아기자기 예쁜 박물관 앞에서 몇장의 사진을 찍고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러 비셰흐라드로 갔다.
오늘은 입구에서 바로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어제와는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길게 늘어선 붉은 별돌과 그 밑으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지붕들.
곳곳의 벤치와 걷고 있는 사람들.
전망대를 둘러 산책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도 벤치에 앉아 쉬고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즐겼다.
비셰흐라드 안의 공동묘지에는 체코의 여러 인사들의 무덤이 있다.
금방 보고 왔던 드보르작과 체코의 또 다른 작곡가 스메타나의 묘도 이 곳에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수많은 무덤 속에 두 분의 무덤을 찾기 시작했다.
입구에 분명히 이름과 번호가 적혀 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도무지 그 번호가 뭔지 찾을 수가 없다..
그냥 둘러 보면서 비석의 이름을 읽어가며 발견되길 기대하는 수밖에.
묘지를 둘러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이 곳에 묻힌 여러 사람을 내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들도 한 때는 이 땅을 밟고 살고 있었고 죽음 이후 이 곳에 묻혀 자신들이 살아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무엇을 남기며 살아갈 것인지는 정말 늘 고민거리이다.
평화로운 산책과도 같은 시간을 마치고 스메타나 박물관을 가려했다.
비셰흐라드에서 내려와 블타바 강을 따라 하염없이 걷다 보면 까를교 근처에서 스메타나 박물관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햇빛은 뜨거웠고 걷다 보니 배가 고파왔다.
고민 끝에 일단 시내 쪽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프라하를 다녀간 언니의 추천을 받아 칸티나라는 식당에 갔다.
프라하에서 꼭 가라고 추천받은 두 군데 중 하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 날 간 게 너무너무 아쉬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일찍 방문해서 경험했다면, 매일 갔을 텐데 말이다..
칸티나는 식육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입구에서 스테이크 및 가니쉬, 소스를 먼저 주문하고 들어가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가져다준다.
대부분 맥주와 함께 식사를 즐기지만, 우리는 술을 안 마시기에 프라하 브랜드의 콜라를 마셨다.
체코식 육회라고도 불리는 타르타르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원래는 T본 스테이크를 먹으려 했으나 재료가 없는 관계상 다른 부위 두 군데를 섞어 추천해주시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2명이 먹기에 많은 양을 주문했다고 생각하며 음식이 나왔을 때도 혹여 다 먹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다.
하지만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우린 배고팠고 음식은 너무나도 맛있었기 때문이다.
타르타르는 구운 바게트 빵에 생마늘을 갈듯이 발라서 그 위에 고기를 얹어 먹는 음식이다.
물론 그냥 고기만 먹어도 된다. 육회와 같은 비주얼이지만 맛은 달랐다. 조금 짭조름한 맛이랄까. 맛있다.
스테이크는 말이 필요 없다.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우리의 의견으로는 작년 피렌체의 유명 식당 'ZAZA'의 T본 스테이크보다 훨씬 맛있었다.
기분 좋은 맛과 배부름을 간직하고 프라하성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 이렇게 먹고도 10만 원 조금 덜 되게 나왔다.)
칸티나에서 먹었던 콜라가 다시 또 먹고 싶어 구시가지 광장의 마트에 들려 각자 하나씩 콜라를 손에 들고 프라하성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꽤 익숙한 길이라서 지도 없이 방향에 대한 감각으로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교만함이 큰 실수를 불러왔다.
까를교를 건너 카프카 박물관을 지나 프라하성으로 갈 수 있는 짧은 길을 놔두고,
어떻게 길을 잘못 들어섰는지는 모르지만 반대 방향인 레트나 공원 아래 강변을 따라 카프카 박물관으로 둘러 가는 길을 갔다.
다시금 블타바 강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뜨거운 햇살에 콜라도 미지근해지고 어느덧 시간은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카프카 박물관이 문을 닫기 전에 어제 봐 두었던 마그넷을 구입하고 보야노바 사디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늘은 공작이 아닌 연못을 바라보며 앉아 잠시 바람과 쉼에 몸을 맡겼다.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드디어 프라하성을 향한 마지막 오르막길만을 남겨 두었다.
더운 날씨 탓에 입구에 물을 팔고 있었다.
물이 꽤 비싸 사지 않았는데, 프라하성을 오르며 계속 그 물 생각이 얼마나 간절한지..
프라하성 입구에서는 소지품 검사가 한창이었다.
보안대 옆 담에는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바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함이었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모습들, 아름다운 풍경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프라하성 내부를 거의 구경하지 못했다. 이 점이 참으로 아쉽다.
이미 도착했을 때는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우리가 들어간 곳은 성 비투스 대성당 전망대뿐이었다.
하지만 전망대 하나만 보더라도 충분히 올라올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맘껏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성당 안에서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해 기나긴 그리고 좁은 계단을 빙빙 돌며 올라가는 건 쉽지 않았다.
살짝 어지럽기도 하고 조금의 답답함을 느끼며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 문을 닫기에 내려가라는 직원들의 안내에 다시금 좁은 계단을 돌고 돌아 내려왔다.
성 비투스 대성당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프라하성에 들어왔을 때 본 것처럼 참 크다.
그리고 예스럽다. 때가 탄 듯 한 모습은 멋스러웠다.
정교하고 세밀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도 찍고 성당 앞 광장에 앉아 쉬기도 한 뒤,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남는 돈을 환전하고, 간단한 끼니를 위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와 탄산음료를 마시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8시가 다 되어갈 때쯤 다시금 까를교를 향했다.
다리 위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프라하의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다리에 기대어 프라하성의 야경을 바라보는데 날벌레들이 참 많았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은 사진 속에는 날벌레들의 비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솔직히 우린 야경이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광장에서의 시간이 더 좋았다고 할까.
짧은 구경을 마치고 구시가지 광장에 앉아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래며 사람들과 광장을 바라보았다.
근처 마트에서 내일 아침으로 먹을 바게트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득템 후, 짐을 싸기 위해 다시금 숙소로 들어갔다.
3일간의 프라하 여행을 마치며 프라하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이러했다.
[아기자기한 사랑스러운 도시, 중세 유럽의 예스러움을 간직한 정돈되고 계획된 파스텔의 도시]
우리의 3일을 함께 해 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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