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_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_, 샐리 티스테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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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도중 드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중간 독후감을 썼던 책이다.

두껍지 않고 술술 읽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완독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책의 서론에서는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죽음이란 무엇인지,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각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참여하는 책모임에서 서머싯 몸의 면도날 다음 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 

 

함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책을 선정한 내 스스로도 드는 아쉬움은 이 책이 '용두사미'라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무거운듯 가볍게 그렇지만 진중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지난한 죽음의 과정과 실질적인 조언들로 이어지면서,

내용의 반복이 많다. 같은 내용 혹은 맥락을 이런저런 말로 바꿔서 표현하고 반복하고 있는 부분들이 꽤 발견된다.

그리고 서양의 병원 시스템과 시신을 다루는 방법은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르기에, 너무나도 상세히 적어둔 그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덜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  책모임 중 한 분은 "내가 이런 부분들까지 알아야 하는가?"라고 말하기도 하셨다. 그정도로 낯설며 세세한 부분들이 있다. 특히 시신을 다루는 부분. 시신을 다루는 방법이 그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정말.   

하지만 그 지루함을 붙잡고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결국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며, 언젠가는 육체의 기능은 쇠하여지고 생명은 다하며 결국 으스러지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몸으로서의 죽음을 깊이 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자아라 불리는 것에 일시적으로 들러붙은 헐거운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p296]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몸의 변화를 상세히 설명하고 묘사하는 부분을 통해 '죽음의 과정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나에게도 다가오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자주 대면하지 못해 낯선 죽음이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되는구나.' 

사실 그게 당연하지만, 책을 읽는 초반만 해도 죽음이(특히 나의 죽음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기에 책을 읽으며 겪은 생각의 변화는 기쁜 일이었다.

나는 간호사로서 죽음과 몸의 변화는 가까이에서 봐 왔기에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죽어가는 과정과 몸의 변화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거란 생각도 들었다. 죽음에 태연하고 준비되기는 어렵겠지만, 과정을 알고 있다는 것('내 몸이 이렇게 변화하며 쇠하여지고 점점 죽어가는구나.'하는 것)이 두려움을 조금은 줄여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했던 바와는 조금 다르지만(부제에서 보듯 '실질적', '실제적'인 관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던 책이었다.

1. 죽음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으로 앓다가 죽게 된다. 죽기 전 일정 시간의 투병 기간이 있다는 말이다. 나 또한 사고가 아니라면 병들어 죽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죽음을 눈 앞에 두며 죽어가는 사람과 그 곁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죽음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죽어가고 있는 당사자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실상에서는 그리 당연한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 환자와 보호자를 늘 마주하게 된다. 환자는 평소의 자신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아픈 사람이 되고 병원에 입원하여 환자로 불리게 되면, 본인과 보호자들은 환자를 약하고 보호해줘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하다. 그래서 환자의 필요와 의견을 대신 말하고, 치료 과정의 의사결정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특히 환자가 연세가 많으신 경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신과 육체적 건강의 상태라면 환자분의 말을 가장 귀기울여 들어야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당사자가 아프면 아픈 것이고,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다. 약을 늘리기 싫으면 그런 것이고, 진통제를 원하면 더 필요한 것이다. 좀더 당사자의 말과 의견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는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가장 버겁게 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 또한 처음 겪는 일이기 떄문이다. 

죽어가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최대한 많이 들으라고 한다. 상태를 살피며 조심히 대하라 한다.

 

2. 타인의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이기적인 존재이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죽어가는 당사자를 앞에 두고 고해성사 하며 용서를 구한다든지, 당신을 용서한다든지 하는 말 따위는 하지 말라는 것. 타인의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어쩌면 자신의 답답함, 후회, 회한 등이 될 것들을 털어 버리려고 (굳이 지금 와서 진실한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노력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다. 남겨진 자로서의 상실과 슬픔이 상상이 안 가고 두렵지만, 마찬가지로 힘겨울 죽어가는 사람에게 나의 고통과 슬픔까지 짊어지게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정말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죽어가는 그 사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3. 썩어지는 나의 몸에 대한 생각, 남겨질 지구에 대한 고민.

죽으면 썩어질 나의 몸이 남겨진다. 시신. 

가끔 생각한다. 이미 땅에 묻힌 사람이 많고 이 땅 전체가 묘지가 될 수 없는데 계속 축적되어가는 시신들은 어떻게 될까. 책에서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이라 해야할까, 요즘은 화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책에서는 그 외에도 참신한(?) 그러면서도 환경에 덜 유해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나의 몸을 결국 흙으로 돌아갈 물질로 생각하니, 이 지구를 덜 더럽히며 살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삶이 되어서는 안될까랄까. 이 땅에 산다는 건이 디딜 땅을 빌린 것 뿐이며 잠시 사는 것이고, 이 땅은 이후에 우리의 후손들과 또 그 후손들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나의 장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도 한번 생각해보아야겠다. 

 

4. 죽음을 기억하며 결국 삶을 보고 감사하게 된다. 

생과 사는 모두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고백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천국의 소망이 있어 감사하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에서의 삶을 밝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 곳과 비교할 수 없이 좋다는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 땅에 이렇게 태어나고 살고 죽는 것이 정말 안개와 같이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드니, 짧은 인생 더 귀하게 잘 살아가고 싶어졌다. 애틋하다고 해야할까. 짧은 인생, 그 허무함이 찾아와도 내가 발견했던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 소망의 말씀을 기억하며 주신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이 많이 많이 도와주시길 기도한다. 

[14 이는 그가 우리의 체질을 아시며 우리가 단지 먼지뿐임을 기억하심이로다

15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16 그것은 바람이 지나가면 없어지나니 그 있던 자리도 다시 알지 못하거니와

17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이르며 그의 의는 자손의 자손에게 이르리니

18 곧 그의 언약을 지키고 그의 법도를 기억하여 행하는 자에게로다 _시편 10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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