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 시에 창구 담당자분이 무슨 말을 하며 계속 미소를 띄고 있길래 사실 긴장했다.
옆 창구와 비교해서 오래 걸리는 시간을 보아하니,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내가 선 줄의 담당자는 옆 창구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나에게 아무 질문이 없었다.)
게다가 입국 도장은 뜬금없이 맨 뒷장에 찍다니!
업무 속도에 조금은 애가 타긴 했지만 별 탈 없이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았다.
공항에서 숙소로(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먼저 교통권을 구입했다.
공항 내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기계가 마련되어 있다.
현금과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고 이용 시간별로 구입할 수 있는데, 우리는 넉넉하게 90분권을 구입하였다.
90분 버스-지하철 공용 교통권은 인당 32코루나이다. 한화로 약 1,6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공항을 나와 지하철 A선으로 갈 수 있는 버스 119번을 탔다.
15분쯤 가다보면 지하철역(Nadrazi Veleslavin)역에 도착하고, 환승을 하면 된다.
버스 내 전광판에 정차역이 지속적으로 표시가 되기에 언제 내려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다.
아니면,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 따라 내려도 될 듯하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면서 이제야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우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
호텔보다 저렴하고 직접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장점이 크기에 에어비앤비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게 도착해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라면 한 그릇 먼저.
장시간 비행의 피로를 따뜻한 샤워와 든든한 라면밥으로 날려버리고, 오늘은 프라하 시내를 가볍게 둘러보기로 하며 밖으로 나갔다.
*오늘의 발걸음 : 국립박물관, 바츨라프 광장-> 화약탑 -> 구시가지 광장 -> 성당 음악회 -> 까를교 -> 존레논벽 -> 테스코 -> 집*
숙소에서 10분정도 걸어가니 국립박물관과 바츨라프 광장이 보였다.
국립박물관은 멀리서 봤을 때, 돔 형태의 지붕이 눈에 확 들어올만큼 화려해보여서 처음에는 박물관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중앙 기차역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국립박물관 앞에는 바츨라프 동상과 광장이 펼쳐져 있고, 그 길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사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새삼 '우리가 프라하에 왔구나, 이제 우리 여행이 진짜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도 이 곳의 풍경과 우리를 사진 속에 담았다.
바츨라프 광장은 신시가지로 구분되고 체코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한다.
여러 차례 프라하 시민의 집회가 열린 민주화의 장소이기도 하고, '프라하의 봄'이라는 자유화 운동이 일어난 곳이라고 한다.
짧은 지식과 함께 바츨라프 광장을 지나 구시가지 광장을 향해 갔다.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건물들 사이에서 다소 칙칙해 보이는 화약탑을 지나 구시가지 광장의 초입에 들어섰다.
사람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함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광장에 들어섰을 때, 넓은 공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느낌에 이 곳의 매력이 도무지 느껴지지가 않았다.(본래 사람 많은 곳을 잘 안가는 성향이라 그렇다;)
'이 곳이 왜 유명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많은 사람, 다양한 모습이 이 광장의 매력이라는 걸 깨달고 아쉬운 마음에 피곤함을 억누르고 멍하니 벤치에 앉아 광장을 바라보았다.
잠시 광장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한 후 까를교를 향해 갔다.
우연히 까를교를 가기 전에 지나가던 성당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4중주를 하는 중이였다.
작곡과를 졸업한 남편이 먼저 관심을 보여 공연에 대해 문의를 했다.
하지만 이미 반은 진행된 공연이라 4곡 정도 남았을 거라는 말과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뒤돌아섰다.
돌아서가는 길에도 계속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우린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운 좋게 티켓도 반값으로 구입하여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남편의 환전 후유증으로 충격받은 멘탈이 치유되었다.
작은 무대이긴 했지만 공연하시는 분들이 연주를 잘하시고 우리의 마음에 잠시 쉼과 평안을 가져다준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
(이후 걸어다니다 보니 이런 공연을 진행하는 성당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성당마다 공연 편성이나 일정을 비교해보고 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
따뜻한 마음으로 까를교에 도착했지만, 사람사람이 정말 어찌나 그리 많은지.
우리가 지나온 광장은 사람 많은 축에 낄 수 없는 정도였다.
까를교에서 블타바강도 바라보고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접고 우리는 다리를 건너 존레논 벽으로 향해 갔다.
아직 남아 있는 날들이 있으니 천천히 만끽하자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까를교에서 존 레논벽은 초행길이라 조금 헤매긴 했지만, 10분내의 가까운 거리이다.
벽 중앙에 존 레논의 얼굴이 딱.
존레논벽은 원래 존레논 사망 후 그의 얼굴이 그려져 있던 벽이었다.
이후 체코 공산정권에 반대하는 문구들이 적히기 시작하면서 평화를 상징하는 벽이 되고, 지금도 이런저런 문구가 적히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사진처럼 'freedom HK'이 크게 새겨져 있었다.
매일매일 다른 문구가 적힌다더니, 다음날 지나가면서 보니 그 위를 'One China'가 덮고 있었다는.
중화권 이슈와 상관없는 프라하에서 이런 문구를 보고 있다는게 새삼 신기했다.
다시 까를교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작은 다리.
다리의 작은 폭, 흐르는 물의 잔잔함, 예쁜 다리 색깔이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사진을 찍게 만들던 곳.
가볍게 시내 마실을 마치며, 오늘의 중요한 임무 '장보기'를 위해 테스코로 향했다.
삼겹살(300g에 한화 3,000냥 정도), 요거트, 말렌카, 샐러드 드레싱, 야채 믹스 등을 구입했다.
셀프 계산대가 있고 카드 결제가 가능해서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그대로 기절하면서 여행 첫 날은 끝이 났다.
프라하에 오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너무 좋았다,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첫 날 가볍게 둘러본 프라하는 별다른 특별함을 느낄 수 없어 뭔가 불편한 마음이 내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건 피로감 때문에 제대로 프라하를 보지 못해서였던 듯하다.
그리고 여행 계획과 지식 없이 무작정 둘러보기 시작한 탓도 조금 있고.
여행 둘째날, 셋째날이 되면서 남편과 '왜 첫 날은 좋은지 몰랐지'라는 얘기를 하는거 보면 말이다.
여튼, 둘째날부터 조금은 더 계획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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